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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문화

사랑과 결혼의 조건

문학과 미술사이 | 피츠 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윌리엄 호가스 ‘최신식 결혼’

F. 스콧 피츠제럴드를 세계적인 소설가로 등극시킨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는 표면적으로는 한 여인에게 바치는 무조건적 사랑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연인은 서로에게서 암묵적으로 어떤 사랑의 조건을 찾는다. 그 조건은 무엇인가?

 

사랑, 그 어리석고 위대한 이름 ‘위대한 개츠비’

 

소설 <위대한 개츠비>는 사회적 신분과 지위가 너무도 다른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다. 가난한 청년 개츠비가 장교시절 만난 데이지는 그가 꿈꾸는 상류사회의 이미지, 즉 화려하고 눈부신 보석과도 같다. 잠깐 마음을 교환했지만, 가난한 청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세월은 흘러 데이지는 명문대 출신의 부자 톰과 결혼한다.

 

개츠비는 당시 불법이었던 밀주사업으로 많은 돈을 벌고 큰 저택을 사들였으며 매일 성대한 파티를 열어 계획적으로 데이지와의 만남을 준비한다. 데이지의 남편 톰은 정비공의 아내와 바람이 났고, 데이지의 결혼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다. 개츠비와 데이지는 해후하지만, 톰이 개츠비를 초대한 자리에서 마치 상류층 신분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개츠비의 정체를 데이지 앞에서 남편이 폭로함으로써, 둘 사이는 급격히 냉각된다. 그 일이 있은 직후, 개츠비를 태우고 데이지가 몰고 가는 차에 뛰어든 톰의 정부가 죽는 사건에서 소설은 곧장 비극으로 질주해 간다.

 

개츠비는 데이지를 보호하기 위해 데이지 부부의 차를 자신의 집 차고에 보관해 두는 반면, 데이지 부부는 사고를 낸 데이지의 잘못을 개츠비에게 전가시킨다. 마침내 데이지 부부로부터 누명을 쓴 개츠비는 정비공의 총에 맞아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    

 

<위대한 개츠비>(1925)는 사실 피츠제럴드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가 22세에 만난 매력적인 아가씨 젤다는 개츠비의 성공과 화려한 삶을 결혼조건으로 내세웠다. 피츠제럴드는 실로 젊은 나이에 거액의 원고료, 인세, 영화 판권료라는 성공을 거머쥐고 젤다와의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은 <위대한 개츠비>에 나오는 매일 밤의 파티와 무절제한 생활로 점철되어 흥청망청 돈을 낭비하고, 심지어 젤다는 젊은 비행기 조종사와 열애에 빠지게 된다. 1929년 미국 대공황으로 인하여 피츠제럴드는 자신의 소설이 황금시대를 마감하는 것을 목도한다. 시간이 갈수록 피츠제럴드는 알콜 중독에 빠지고 그의 아내는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비극의 길을 걷게 된다. 개츠비의 사랑이야기 역시 곧 소설가 자신이 실제로 경험한 맹목적일 정도의 사랑이 불러온 파국과 닮아 있다.
  
개츠비가 품은 사랑은 과연 어리석은 것일까? 신분상승과 부를 축적하기 위해 번 돈이 오로지 한 여인을 위해 준비한 이벤트였을 정도로 개츠비는 소설 속 화자 닉의 표현대로 참으로 ‘낭만적’이다. 정글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러한 낭만은 엿하고 바꿔야 할 정도로 순진하고 여린 감성일지도 모른다.

 

놀라운 것은, 데이지는 개츠비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상적인 여인이 아니라 누구보다도 물질에 집착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눈치 챘음에도 불구하고, 개츠비의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쩌면 데이지의 참 모습을 보려고 하기보다는, 그녀가 가진 조건들을 사랑이란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가난한 서민 출신의 개츠비에게 없는 어떤 환상을 데이지에게서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혹은 그 반대로 데이지가 가진 어떤 것들에도 개의치 않고 오로지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의 마음 그대로를 느끼기 위해서 애써 만나고자 한 것은 아닐까?

 

소설 제목에서 풍기는 ‘great’은 어떤 의미일까? 영어의 ‘great’를 약간 비틀어 번역하면 “대단한 개츠비”라는 조롱의 어감이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개츠비는 ‘위대하게great’ 느껴진다. 자신의 모든 것을 한 여인에 대한 사랑에 중심을 두는 것, 당시 물질주의 문화가 만연한 사회에서 그처럼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개츠비를 둘러싼 인물들을 보면 이러한 사실을 더 확인하게 된다.

 

아마도 피츠제럴드는 당시의 ‘로스트 제너레이션(‘길 잃은 세대’라는 의미로 20년대 미국의 물질주의와 허무주의에 경도된 시대를 비판하는 예술가 지식인 집단)‘의 작가로서 개츠비의 사랑을 통해 그 주변 인물들의 세태를 날카롭게 풍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실로 개츠비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18세기 윌리엄 호가스가 ’결혼‘에 관해 그린 풍자화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의 풍자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사랑과 결혼의 조건들을 충실하게 구분하고 실천한다. 호가스의 <최신식 결혼>은 이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표적 작품이다. <최신식 결혼(1743~1745)>은 <결혼계약>, <결혼직후>, <돌팔이 의사를 찾아감>, <백작부인의 아침접견>, <살해되는 백작>, <백작부인의 자살>, 이렇게 여섯 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조건화된 사랑과 결혼, 윌리엄 호가스의 ‘최신식 결혼’

 

윌리엄 호가스는 영국의 국민화가라 할 만큼 인기를 누린 18세기 풍자 화가이다. 그는 1697년 런던에서 가난한 교사의 아들로 태어나 은세공장의 제자, 판화가로 살면서 밑바닥 생활을 보낸 후, 당시의 세태를 통렬하게 풍자한 연작회화를 그려 유럽 전역에서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 중에서도 유명한 것은 <최신식 결혼>이란 풍자화 시리즈로 결혼을 통해 돈으로 신분을 산 중산층 여성과 몰락한 가문의 남자가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결혼계약>이다.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과 몰락한 귀족이 서로 부와 명예를 맞교환하는 방식의 결혼이야기이다. 벽이 부족할 정도로 가득 그림이 걸린 방에서 결혼할 남자의 아버지인 귀족이 신부의 아버지에게 자신의 가문을 자랑하듯 손으로 족보를 가리킨다. 그 사이에 서 있는 사람은 귀족에게 받을 돈이 있는 빚쟁이로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금화를 내려다본다. 신부는 말을 건네는 변호사와 내연의 관계이며, 신랑은 관심이 없는 듯 다른 곳을 바라본다. 신랑의 발아래 있는 개들조차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 이들은 앞으로 전개될 결혼의 상황을 짐작케 한다.

 

두 번째 <결혼직후>이야기는 결혼식 이후의 풍경을 보여주는 아침식사장면이다. 밤새 놀아 피곤한 듯 기지개를 켜는 신부가 아버지의 지참금으로 산 멋진 옷을 입은 신랑을 훔쳐보지만 신랑은 방탕에 절어 어둡고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신랑 호주머니를 비집고 나온 레이스 모자는 다른 애인의 것임을 짐작케 한다.

 

세 번째 이야기는 <돌팔이 의사를 찾아감>인데 성병검사와 치료를 위해 신랑이 매독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를 만나는 장면으로, 의사의 책상 위 해골은 이들의 결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네 번째 이야기부터 여섯 번째 이야기까지는 각각 <백작부인의 아침접견><살해되는 백작><백작부인의 자살>로 이어지면서 남편이 백작부인의 애인을 살해하고, 큰 충격을 받은 부인은 음독자살로 생을 마감한다는 끔찍한 불행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호가스가 살던 시대에 영국은 귀족이 여러 명의 애인들을 거느리거나 창녀를 두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런 풍토에 익숙해 있어서 오히려 이런 관습을 비판적 시각으로 풍자한 호가스의 그림은 가히 사회적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호가스의 그림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것은 누구나 소장가능한 판화로 제작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도 신분과 계급에 상관없이 신랄한 풍자와 해학으로 인간 보편의 정서적 공감대를 끌어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18세기의 <최신식 결혼>에 나오는 인물들은 20세기 개츠비가 살던 시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신분상승을 위해, 자신의 탐욕을 위해, 물질적 추구, 편협한 이기심 등 개츠비의 소설 속 인물들과 그림의 인물들은 겹쳐지며 투영된다.

 

<위대한 개츠비>와 <최신식 결혼>의 시대는 다르지만 세태와 풍조는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 비록 상류층이지만, 지적이거나 우아한 사람들이라기보다 거만하고 부박한 모습의 톰과 데이지는 호가스의 그림에 나오는 천박한 귀족의 태도와 유사하다. 데이지의 남편과 정을 통한 자동차 정비공의 부인은 그야말로 탐욕적으로 물질을 밝히는 모습으로 마치 호가스의 그림에 나오는 신분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계급의 그것과 닮아 있다.

 

개츠비 주변의 인물들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조건들을 구하고 있으며, 그 조건들로 각자 사랑과 결혼을 갈구한다. 호가스의 <최신식 결혼>에 내재한 결혼의 조건은 오늘날의 결혼에서도 종종 보인다. 각자의 입장에서 공평하지 않게 교환되는 조건을 둘러싼 잡음이나 분쟁은 결혼 정보회사 등으로 더욱 더 조건화된 오늘날의 결혼제도에서 불거져 나오는 일말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낸다.

 

그에 비하면 개츠비의 사랑은 맹목적이고 조건이 없다. 다만 개츠비가 자신의 연인에게 부여한 환상만이 그가 찾는 사랑의 조건이 된다. 그것이 개츠비를 죽음으로 이끌었을 지라도, 온 마음을 다한 조건 없는 사랑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하다.


배상민 플로리스트, 크리스마스 플라워 데코 전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향기로운 꽃향기에 취할 수 있는 곳. 배상민(쉐리벨 대표) 플로리스트가 오는 21일부터 15일까지 세종포스트빌딩 5층 청암아트홀에서 ‘크리스마스 플라워 데코레이션 전시’를 연다. 이번 전시는 세종에서 여는 첫 전시로 총 14점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따뜻한 연말'로 작품은 대부분 생화 위주로 구성, 프리저브드 작품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배상민 플로리스트는 현재 세종시 어진동에서 ‘쉐리벨 플라워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청주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그는 올해 세종시지방경기대회 화훼장식부문 금메달을 수상했으며 2015년 ‘제15회 코리안컵플라워 경기대회’에 개인 출전, 본선 6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그는 쉐리벨에서 플로리스트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플로리스트 학생·취미·전문가반을 모집, 교육하면서 전문가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배상민 플로리스트는 “세종시에 아직 꽃문화가 정착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시민들이 꽃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앞으로 세종시 하면 ‘꽃과 어우러진 도시’라는 타이틀이 떠올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전시 오픈식은 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