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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문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키치적인 '꽃'

문학과 미술사이 | 밀란 쿤데라와 최정화



진지하고 무거워 보이는 삶, 그 이면의 거짓과 가벼움
소설 속 ‘키치’, 인간의 허위적 태도·속물적 정치 행위
팝아티스트 최정화 작업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



20대 방황하는 청춘의 나날을 보내던 중 한 소설의 제목이 필자를 사로잡은 적이 있었다. 1980년대 말 민주화 운동의 열기가 고조되던 때였다. 아직 교정 밖을 체험하지도 못한 채 우리는 삶의 무게를 무겁게만 느끼고 있었다. 그러던 중 프랑스로 망명한 체코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필자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이토록 무거운 삶 속에서 ‘존재’의 가벼움이란 어떤 것일까. 1929년 체코에서 태어나 음악연극아카데미 영화학과를 졸업하고 그곳에서 문학을 가르치고 있던 쿤데라를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데뷔시켜준 그 소설은 그러나 제목과 달리 무거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철학자 니체의 ‘영원회귀’라는 용어를 가져와 우리에게 묻는다. 중력이 끌어당기듯 지상의 삶이 현실감을 갖기 위해서 존재는 무게를 지녀야 하는가. 아무런 책임도 갖지 않고 연극무대처럼 살아간다면 우리의 존재는 지극히 가벼워지다 못해 무의미해지는 건 아닌가.


소설의 배경은 1968년 두브체크 주도하의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인간의 얼굴을 가진 사회주의’를 표방한 민주자유화운동, 즉 ‘프라하의 봄’이라는 격변의 시기다. 치열했던 이 민주화 운동이 다른 동유럽 국가들에도 전이될 것을 염려한 소련은 1968년 프라하를 침공한다.


저자는 소설 속 주인공들 각자는 이 역사적 현실의 한가운데에서 삶을 어떤 식으로 전개시키는지, 자신의 존재의 무게를 과연 어떻게 결정하는지를 보게 한다. 특히 사랑에 관해서 존재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말하기는 좋을 것이다. 예컨대 여성편력가인 외과의사 토마스를 사랑하는 테레사처럼, 혹은 숨겨둔 애인을 공개하고 다시 사랑을 찾기 위해 이혼을 선택한 프란츠처럼, 사랑을 진지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존재의 ‘무거움’이 있다. 그런가 하면 책임을 지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언제든 애인을 가볍게 떠날 수도 있는 토마스나 사비나와 같은 부류의 존재의 ‘가벼움’이 있다.


이러한 존재의 가벼움과는 또 다른 가벼움이 ‘키치’다. 속물근성, 하찮은 것을 뜻하는 ‘키치’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허위적인 태도 뿐 아니라 속물적인 정치적 행위까지도 포함한다. 쿤데라는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노동절인 5.1축제에서 ‘공산주의 만세!’를 ‘삶 만세’와 동의어로 만드는 ‘공산주의적 키치’에 대해 사비나의 눈을 통해 혐오한다.


소설에서 키치의 예는 만세를 부르는 노동절 행렬 속에서 억지로 감동하는 관중들의 미소나, 혹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캄보디아를 위한 자선 행진에 참여하는 자들의 암묵적인 자기 과시와 같은 것이다. 즉 정치적이거나 진지한 목적을 수행하는 일들 이면에 실은 ‘키치’가 있음을 작가는 주시하게 한다. 삶은 진지하고 무거운 것처럼 보이지만 또 얼마나 거짓과 같고 가벼운 것인가를 보게 하는 것이다.


이 소설과 조금 다른 차원에서 ‘키치’는 한국작가 최정화의 작품 ‘꽃’을 연상시킨다. 2014년 가을 서울역 전시장과 광장에서 선보였던 그의 작품 <꽃의 매일>은 노숙자를 동원해 소쿠리 8600개를 7m 높이로 쌓은 것이다. 또 역사 2층에는 음료수, 세제 등 플라스틱 뚜껑만을 모은 알록달록한 꽃 모양의 작품 <꽃의 만다라>가 설치됐다. 한국의 워홀, 즉 팝아티스트로 손꼽히는 최정화의 작업에서 필자는 참을 수 ‘있는’ 존재의 가벼움을 본다.


실제로 과거의 미술관에는 모셔질 수 없는 고상하지 않은 것, 일상의 것, 농담 같은 것들을 일부러 예술로 둔갑시키는 방법론으로써 키치는 오늘날 예술에서 새로운 의미를 획득했다. 쿤데라가 말하는 키치는 부정적 의미의 가벼움에 가깝다면, 최정화의 키치 작업은 그 반대로 별것 아닌 시시한 일상의 가벼움에 진지함(예술-꽃)을 얹힌다. 즉 그것은 존재의 무거움을 포옹하고 있는 가벼운 예술로 보인다. 그것은 마치 니체가 말했던 동일한 삶이 영원히 반복되는 영원회귀의 멍에를 즐거운 예술로 보상받는 것만 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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