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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전시·문화

인류의 죄악에 대한 연금술적 회개

유현주의 문학과 미술사이 | 파울 첼란과 안젤름 키퍼


유태계 천재 시인 첼란의 ‘죽음의 푸가’에서 영감 얻은
독일 국민화가 키퍼, 금기시된 홀로코스트 만행 재현
유채와 짚 사용한 ‘마르가레테’, 독일 미술 최고봉 올


회화의 재료로 납, 마른 꽃, 깨진 유리조각, 재, 헝겊, 모래, 지푸라기, 식물의 씨앗을 사용한 작품이 있다. 한 작가의 그림에서 이것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독일의 국민화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1945~) 특유의 작품재료로써 자칭 ‘연금술’을 주조하는 마법의 원소들이다.


‘연금술’이란 일찍이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 기원을 둔 비금속으로부터 금을 추출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한편으론 신비주의적 주술 차원에서 죄 있는 인간을 완전무결 한 인간으로 전환시킨다는 의미를 갖는다.


실로 키퍼의 작업은 신비한 연금술처럼 독특한 재료들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그 재료를 통해 독일의 부끄러운 역사와 파괴된 자연을 비유하는 것이 많다. 심지어 키퍼의 어떤 작업들은 나치가 행한 홀로코스트를 직접적으로 환기시킴으로써 아픈 역사를 재현하고 상처를 치유하고자 하는 시도로 비추어진다.


특히 히틀러가 장악했던 ‘제3 제국(1933~45)’의 선전물과 유사한 작업을 보여줘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예를 들어 1969년 칼스루에 미술 아카데미에서 수학하던시절 보여준 <점령(Occupation)>과 같은 작업은 독일인들에게는 악몽을 재현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작업에서 키퍼는 군복을 입고 기념이 될 만한 장소에서 히틀러 식경례를 하는 사진 자화상을 의도적으로 연출했다.


독일평론가들은 그의 작업을 가리켜 “아우슈비츠 이후에 행해진 또 다른 원죄에 상응한다”고 비난했지만 전범국가 독일의 만행을 불러내는 이 작업은 키퍼의 표현대로 독일국민들 사이에 금기시 된 것을 ‘다시 지상으로 파내어 끄집어 내놓는’ 행위였다.


그런데 어떻게 키퍼는 이런 작업들을 시작하게 된 것일까. 그에게 이런 작품을 하도록 영감을 준 사람은 다름 아닌 유태인 천재시인 파울 첼란(Paul Celan)이었다. 1920년에 루마니아와 구소련에 걸쳐진 국경지역에서 태어난 첼란은 루마니아 식으로 이름을 표기해야 했고 아우슈비츠에서 부모를 모두 잃었으며, 말년에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운의 예술가다.


철학자 아도르노가 “아우슈비츠 이후 서정시는 불가능하다”고 할 만큼 어둡고 고통스러운 아우슈비츠의 경험을 상기시키는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1944~45)는 바로 안젤름 키퍼의 그림 <마르가레테>의 근원이 된 작품이다. 실제로 첼란은 돌림조의 음악 형식인 푸가의 운율을 살려 이 시를 썼다. 시를 읽다보면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한 장면이 그대로 펼쳐지면서 속도감과 시각적 효과가 압권을 이룬다.


“아침의 검은 우유 우리는 그걸 마신다 /[…]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선 비좁지 않게 눕는다 / 한 남자가 집안에 살고 있다 뱀과 유희하며 편지를 쓴다 / 쓴다 어두워지면 독일로 너의 금빛 머리카락 마르가레테 /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 / 그가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젠 무도곡을 연주하라 […]”.


이 시의 반복적인 구절인 ‘아침의 검은 우유 […] 마시고 또 마신다’가 푸가 형식으로 네 차례나 되풀이 되면서 홀로코스트의 공포가 독자인 우리 자신에게도 엄습하는 것만 같다.


이 암울한 시는 안젤름 키퍼라는 화가의 영혼을 흔들어 놓았다. 첼란의 시에 등장하는 마르가레테와 슐라미트는 각각 독일 소녀와 유태인 소녀 이름인데, 키퍼는 이 시에 나오는 단어들을 사용해 30여점의 시리즈를 제작했다.


유태인들이 명령에 따라 구덩이를 파서 곧 거기에 눕게 될 슐라미트와 대조적으로 독일 장교의 연애편지의 첫머리에 쓰인 이름 마르가레테. 독일인을 상징하는 마르가레테의 금발머리카락을 밀짚으로 만들어 유화 그림 위에 붙인 키퍼의 작업은 독일 언론 매체의 집중 포화를 받았다. 그걸 바라보는 독일인의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을까는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안젤름 키퍼의 예술은 오늘날 독일 최고의 작품으로 손꼽힌다. 마찬가지로 첼란 역시 문학적으로 재평가되고 있으며 이제 탁월한 시어의 연금술사로 추앙 받고 있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는 이들의 예술을 통해 인간이 저지른 죄악을 회개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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